<보도자료> 우주를 사랑한 철강인 故 엄춘보 한일철강 명예회장
작성자 매일경제
첨부파일


우주를 사랑한 철강인 故 엄춘보 한일철강 명예회장 한국 철강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는 아마도 2011년 12월 작고한 고(故) 박태준 전 포항제철 회장일 것이다. 1927년 9월 경남 양산(현 부산 기장)에서 태어난 박 전 회장은 1968년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종합제철소를 건설하라는 지시를 받고 포항제철(현 포스코) 사장에 취임해 제철보국(製鐵報國)을 내걸고 1973년 6월 종합제철 일관공정을 완공시켰다. 포스코 역사 40년중 26년을 CEO로 일한 그는 1992년 명예회장이 되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때까지 포항제철을 연간 2000만t 이상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적 철강사로 키웠다. 전 세계 주요 인사들이 고인을 가리켜 ‘미국 카네기를 뛰어넘는 철강왕’이라 평가할 정도로 철강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겼고, 1987년 철강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베세머 금상을, 1992년에는 세계적 철강상인 윌리코프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대외적으로 박 전 회장만큼 유명한 철강인은 없겠지만, 국내 철강인들 사이에서는 박 전 회장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이가 있다. 지난달 7일 향년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고 엄춘보 한일철강 창업주 겸 명예회장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받지 않고 맨손으로 철강 산업을 일으킨 데다 사업으로 번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했기 때문이다. 평북 용천 출신인 고인은 17세 때 고향을 떠나 1940년 중국 다롄중학교를 졸업하고 만주전신전화(주), 상하이스탠더드석유회사를 거쳐 광복되기 4개월 전 한국으로 돌아왔다. 고향에서 결혼했으나 광복과 동시에 공산세력에 재산을 모두 빼앗기고, 압박이 심해지자 가족과 함께 광복 후 2년 만인 1947년 서울로 남하했다. 1957년 한일철강을 창업했고, 1960년대 철강 업계 최초 단체인 한국철강상협회를 결성하고 초대 회장을 역임하는 등 58년 동안 줄곧 철강 외길 인생을 살았다. 그가 철강인들에게 존경을 받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한평생 비록 손해를 보더라도 절대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으며, 이익이 많더라도 길이 아니면 가지 않았으며, 남들이 싫어하는 것이라도 옳은 일이라면 서슴없이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기회를 포기해야 했고, 회사도 재벌급 규모로 키울 수 있었음에도 회사를 키우지는 못했습니다.” 엄 전 명예회장을 곁에서 지켜본 한 철강인의 회고다. 그는 특히 사회 기부에 대한 철학이 남달랐다. 사재를 털어 2007년 경기 양주시에 국내 최대 규모 사설 천문대인 송암스페이스센터를 건립한 것인데, 그는 유독 천문학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 이유가 자못 궁금하다. “아주 옛날 세계를 제패한 자는 칭기즈칸의 몽골 같은 육지전에 강한 나라였다. 그 후에는 스페인, 영국 같은 해전에 능한 나라가 세계의 강국이 되었고, 현재 하늘을 지배하는 미국이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앞으로는 우주를 장악하는 나라가 세계에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학생들에게 천문우주에 관해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제대로 된 시설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이웃 일본 천문대를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최고 우주 교육기관인 천문대 설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엄 전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인 엄정근 하이스틸 대표(64)가 최근 기자와 만나 송암스페이스센터가 설립된 배경을 이렇게 털어놨다. 평생 피땀 흘려 번 수백억 원을 청소년과 일반인의 천문과 우주에 관한 지식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사용한 것이다. 엄 대표는 “명예회장께서는 처음에는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가서 포기하려고도 했는데, 끝까지 밀어붙였다”며 결국 설립돼 의미 있게 운영되고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민석기 중소기업부 기자]

목록